김동완 - 061009 T 매거진, 김동완 인터뷰




 : 최근 김C와 함께 출연한 베스트 극장 <잘 지내나요, 청춘>이 호평받았다. 험난한 과정을 거치면서도 꿈을 향해 달려가는 배우 지망생 용묵의 모습이 인상적이던데.

 

김동완 : <슬픔이여 안녕> 후 단막극을 하나 하고 싶었다. 카메라 앞에서 내가 어떤 얼굴인지 다시 확인하고 싶었다. 그렇다고 예쁜 얼굴을 보고 싶다는 것이 아니라 나의 여러 가지 얼굴을 보고 싶었다. 우울하고 비굴해 보이는 연기를 제대로 하고 싶었는데 막상 많이 우울한 장면들은 잘렸더라(웃음).

 

 : <잘 지내나요, 청춘>의 용묵은 최고의 배우를 목표로 바닥부터 시작하는 청춘이었다. 극중에서 용묵은 캐스팅되어 촬영장에 갔다가 연줄을 통해 들어온 배우에게 역할을 빼앗기는 등 서러움이 많았는데, 맨손으로 시작해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당신도 여러 가지 일들을 겪었을 것 같다.

 

김동완 : 나도 용묵과 비슷한 경험이 있다. 가수가 되기 전 고등학교 때 연기를 시작했는데, 대본 연습에서 내가 대사 읽는 것을 듣던 대선배가 “쟤 연기 저 따위로 하면 어떻게 하냐, 쟤가 (이 드라마) 하면 나 안 한다” 그러시더라. 바로 잘렸다(웃음). 나중에 다시 연기활동 하면서 그 분과 만난 적이 있는데 그때 정말 긴장했다.


 

강남의 할렘가에서 익힌 일상의 연기

 

:그렇게 실패한 경험이 있어서인지 표정이나 눈빛에서 인생의 쓴맛 같은 것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것 같다. 그룹 신화로 활동하면서 무대에서는 항상 화려한 모습을 보이다가 일상적인 공간에서 평범한 20대 남자의 캐릭터를 소화하는 게 쉽지는 않았을텐데.

 

김동완 : 쉽다(웃음). 내가 노력한 만큼 사람들이 알아준다는 면에서 상대적으로 쉬운 거지. 해도 해도 안 된다면 벌써 연기를 포기했을 거다. 사실 난 내가 노력한 만큼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은 있지만, 뛰어나게 잘할 자신은 없다. (이)민우처럼 한국을 주름잡는 무대 매너나, 원빈씨처럼 잘생긴 외모를 갖지 못하고 그냥 조금씩 다방면에 재능이 있다. 그래서 이것저것 다 할 수는 있는데 막상 두드러지는 하나가 없다는 것이 내 단점이기도 하다. ‘만능 엔터테이너’라는 말이 꼭 좋은 것 만은 아닌 것처럼.

 

 

:글쎄, <슬픔이여 안녕>의 ‘바른 생활 청년’ 정우 역할을 통해 일단 ‘가수 출신 연기자’라는 꼬리표는 뗄 수 있었던 것 같은데.

 

김동완 : <슬픔이여 안녕>의 정우가 비교적 어렵지 않았던 것은 내가 어릴 때 정우랑 비슷한 생활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이다. 정우처럼 굶을 정도로 가난했던 적은 없지만 집안 환경이 아주 좋았던 것도 아니고. 8학군이라는 대치동에서 초중고를 다 보냈는데 당시로서는 대치동은 강남의 할렘가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 <슬픔이여 안녕>을 하려고 그렇게 살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웃음). 정우 캐릭터를 참 좋아하는데 지금은 그때 더 잘할걸 하는 안타까움도 있고, 다시 한다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피플(lovemint03) : <떨리는 가슴> <베스트극장 - 매직 파워 알콜> <베스트극장 - 잘 지내나요, 청춘> 등 좋은 작품에 꾸준히 출연하고 있는 걸 보면 작품 보는 안목이 남다른 것 같은데 혹시 작품을 고르는 기준이 있다면.

 

김동완 : 대본을 봤을 때 어떤 ‘느낌’이 있는 작품이 있다. 그리고 그런 대본일수록 느낌을 중시하는 감독님이랑 함께 작업하게 된다. 사실 우리 나라 드라마 제작 환경에서 느낌을 중시하며 촬영할 수 있는 경우가 많지는 않은데 억지로 만나려 하지 않아도 그냥 나를 좋게 본 분들의 느낌이 나랑 비슷하더라. 난 일단 모두 모여서 으샤 으샤 잘해보자 이런 분위기에서 하는 일이 좋다(웃음).

 

 

상처 한 번 안 받아본 사람이 상처 입은 눈빛을 연기할 수는 없지 않나?
 
 : <슬픔이여 안녕> <잘 지내나요, 청춘> 등 연기하면서 맡은 역할 대부분이 요즘 세상에 이런 청년이 흔치 않다 싶도록 심지가 굳은 캐릭터다. 하지만 본인은 ‘바른 생활 청년’이라는 이미지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들었다. 연기의 폭이 좁아질 것을 우려해서인가, 스스로 그런 인간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인가.

 

김동완 : 연기의 폭을 넓히고 싶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내가 스스로를 바른 생활 청년이라는 틀에 가두고 싶지 않아서다. 가수나 배우를 비롯한 모든 예능인들은 다양한 인생살이를 경험하는 것이 감성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사고치거나 실수를 해보는 것도 세상 경험의 하나고. 상처 한 번 안 받아본 사람이 상처 입은 눈빛을 연기할 수는 없지 않나? 바른생활 이미지가 싫은 것이 아니라 내가 바르게 살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생기는 것이 싫다. 그럼 내 마음대로 놀다가도 죄책감이 생기니까(웃음).

 

피플(semih87) :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연기는 무엇인가? 해보고 싶은 장르나 활동계획은?

 

김동완 : 일단 영화를 해보고 싶다. 우리 나라 드라마 제작 환경 특성상 스탭들이 힘든 것은 물론 배우 입장에서도 당장 좀 전에 나온 대본 외우고 정해진 시간 안에 NG 없이 촬영하는 데만 급급하게 되는데, 그러면 내가 뭘 하는지도 모른 채 연기를 하게 될 때가 있다. 나는 지금 사람들에게 내 얼굴을 많이 보여주는 것보다 내가 확실하게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그리고 이제는 어떤 장르, 어떤 캐릭터든 마음에 맞는 영화를 한다면 잘해낼 수 있을 것 같다. 마침 컨디션과 자신감, 의지가 꽉 들어차 있으니까 지금 나 데려가는 감독님들은 땡잡은 거다. 빨리 잡아가달라(웃음).

 

 

신화는 내 청춘이다. 청춘을 다 바쳤다.

 

 : 신화 멤버로서의 김동완 이야기를 해보자. 올해 8집을 내고 성공적으로 아시아 투어를 마치고 나서 다른 멤버들은 드라마에 출연 중이거나 솔로 앨범을 준비 중이다. 당신에게도 솔로 앨범과 차기작을 기대하는 팬들이 많은데 어느 쪽을 좀 더 먼저로 생각하고 있나.

 

김동완 : 솔직히 아직 뭘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그냥 조급하게 마음먹는다고 일이 잘 되는 것은 아니고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뭔가를 해야 하니까 하는 일은 싫다. 그럼 좋은 앨범, 작품을 만들기 힘들다.

 

 : 아까 자신은 다방면에 재능이 있지만 한 분야에서 최고는 아니라고 했는데, 만약 그 재능을 딱 한 가지로 모을 수 있다면 어느 쪽을 택하고 싶은가.

 

김동완 : 가수를 택하겠다. 예전에는 가수보다 배우가 더 능력이 뛰어나고 뭔가 ‘있어 보인다’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올해 아시아 투어를 하면서 큰 무대에 자주 서고 마돈나 등 해외 스타들의 무대를 보며 가수에게 공연이라는 것이 얼마나 큰 의미인지 새삼 느꼈다. 일종의 ‘각성’이라고나 할까. 무대 밖에서 그 사람이 아무리 초라해 보일지라도 가수는 무대에 선 그 순간만큼은 가장 아름답지 않나. 우리 멤버 가운데 민우를 봐도 그렇다. 민우가 일단 무대에 서면 관심이 없거나 설령 그를 싫어했던 사람조차 반하게 마련이다. 그건 정말 대단한 힘인 것 같다.

 

:신화는 현재 ‘국내 최장수 아이돌 그룹’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98년 데뷔 후 8년이 넘게 활동해오며 수많은 어려움과 위기가 있었을 텐데 그 모든 과정을 지나며 신화를 아시아를 대표하는 스타로 성장하게 한 힘이 뭐라고 생각하나?

 

김동완 : 바로 나다(웃음). 애들이 힘들면 항상 보듬어주는 정신적 지주, 신화의 정신적 원동력이라고나 할까(웃음).

 

:신화 멤버들이 모두 신화의 원동력은 각자 자기라고 하는 건 아니겠지?(웃음) 그럼 당신에게 신화란 어떤 의미인가?

 

김동완 : 신화는 내 청춘이다. 청춘을 다 바쳤다. 다른 멤버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항상 즐거운 일만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우리는 가장 힘들 때, 가장 바쁠 때, 가장 잘나갈 때 그 모든 순간을 함께했다.

 

 

팬들과 함께 나이 들어가는 것이 좋다
 
:개인 활동이 많아지면서 멤버들이 각자 집을 얻어 살기 시작했는데 얼마 전 숙소 생활이 그립다는 말을 했다고 들었다.

 

김동완 : 예전에 멤버들이랑 숙소 생활 할 때는 불면증이 없었다. 애들이랑 떠들고 놀다가 늦게 자면 늦게 잤지, 잠을 못 자고 이런 일은 없었으니까. 그런데 요즘은 혼자 있을 때 잠이 안 오는 날이 있다. 그냥 멤버들이 정말 보고 싶다. 섹시한 민우도, 똑똑한 에릭도, 아주 섹시한 (전)진이도, 귀여운 앤디도, 새초롬한 혜성이도 다 보고 싶다.

 

 : 신화는 함께 한 시간이 길었을 뿐 아니라 아이돌 그룹으로서의 한계를 넘어 개인 활동과 해외 활동에서 모두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앞으로 신화로서 더 이루고 싶은 일이 있다면.

 

김동완 : 다시 한 번 아시아 투어를 하고 싶고 국내 콘서트에도 더 신경 써서 열심히 하고 싶다. 배우는 이미 완성된 작품을 보이기에 관객과 동시에 호흡할 수 없지만, 가수는 콘서트에서 직접 관객들에게 에너지를 받고 함께 호흡한다. 무대 위에서는 내게 불가능하리라 생각했던 일도 해낼 수 있는데, 그때의 희열감은 대단하다. 아무리 힘이 없어도 관객의 환호성을 들으면 힘이 막 난다.

 

 : 당신은 스스로에게도 그렇지만 팬들에게도 엄격하다고 들었다. 숙소에 찾아오는 팬들을 꾸짖으며 공부하라고 돌려보낸 적도 있고 “신화는 여러분의 인생을 책임져주지 않습니다”라는 말도 공개적으로 했다던데, ‘옆집 오빠’나 ‘삼촌’이라는 이미지를 얻게 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웃음).

 

김동완 : 지금은 그러지 않는다(웃음). 그때는 뭔가 이 애들이 이렇게까지 날 좋아할 만큼 내가 뭔가를 해냈다고 생각하지 않았었고, 난 아직 아니라고 생각했다. 내가 정말 대단한 사람이었다면 신경을 안 쓸 수도 있었겠지만. 팬들도 각자 자기 삶에 충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하지만 지금은 그냥, 팬들과 함께 나이 들어가는 것도 좋다(웃음).

 

 

만족하지 못하는 것, 아주 병이다, 병.
  
 : 자신에게 컴플렉스가 많다는 이야기를 몇 번 한 적이 있다. 그 컴플렉스가 어떤 것들이며, 아직 현재 진행형인지.

 

김동완 : 한때는 몸무게가 컴플렉스였다. 얼굴이 커 보이는 것 같아서 살을 빼고, 더 빼고 그랬다. 그땐 정말 거식증 걸리는 사람들 심정도 이해하겠더라. 그랬다가 “예쁘다, 여자 같다”는 말을 듣고 나서 다시 몸을 열심히 키웠다. 그때는 하루 종일 운동만 하고, 단백질 보충하려고 삶은 계란만 먹고 살아서 몸의 구멍이란 구멍에서 다 닭냄새가 풍겼을 거다(웃음). 내 외모가 어정쩡한 수준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끊임없이 뭔가를 하지 않으면 돋보이지 않는다는 생각에 몸을 불렸다가 근육을 뺐다가 하고 삭발도 했다가 수염도 길러보고 이것저것 시도를 많이 했었다. 그때는 그게 또 남자답다고 만족했었다.

 

 : 지금은?

 

김동완 : 다시 예뻐지고 싶다(웃음).

 

피플(shwave) : 화려하고도 험난한 20대를 보낸 사람으로서, 가수로서, 연기자로서, 연예인으로서 스스로 생각하기에 가장 빛났던 순간에 대한 기억을 듣고 싶다.

 

김동완 : 역시 신화 2집 당시 꽃미남일 시절?(웃음) 사실 그때라고 해서 꼭 행복했던 것은 아니다. 사실 그동안 “내가 뭔가를 해냈구나, 이 정도까지 왔으니 별로 후회하지 않겠다”라고 생각했던 적은 한 번도 없다. 스스로 항상 만족하지 못해서 아주 병이다, 병. 그래서 지금도 내가 만족할 만한 일을 찾고 있다.

 

:10년, 20년이 지난 뒤에는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 것 같은가.

 

김동완 : 좋은 아빠(웃음). 그리고 좋은 연예인. 예전에는 옆집 오빠 같은 친근한 연예인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아니다. 뭐랄까, 자기 색깔이 강렬한 연예인이 되고 싶다. 음악을 계속 하면서 MC나 DJ도 기회가 닿으면 하고 싶고. 라디오 DJ를 2년 정도 했는데 솔직하고 재밌게 노는 기분이라 좋았다. 그리고 나이가 더 들어서 인생 경험도 쌓고 어른이 된다면 토크쇼를 진행해보고 싶다. 연예인들이 나오는 게 아니라 그때 그때 이슈가 되는 사람들, 일반인이든 누구든 불러서 이야기해보고 싶다. 오늘 인터넷 검색어 1위인 사람이 다음날 TV 토크쇼에 나오면 재밌지 않겠나?

 

:예전에 카메라를 항상 들고 다니며 어디서나 사진을 찍기도 했고 글 쓰는 것도 좋아하는 것 같다. 혹시 책을 내 보고 싶지는 않은가.

 

김동완 : 짤막한 수필이나 단문을 모아서 내보고 싶기는 하다. 사실은 출판사 분들과 몇 번 만난 적이 있는데 그분들은 상업성이 없는 책보다 ‘김동완처럼 복근 만들기’나 ‘김동완처럼 연예인 되기’ 같은 기획을 권유하더라(웃음). 많은 팬들이 원하는, 신화의 숙소 생활을 폭로하는 수기도 생각해봤는데 멤버들의 반대가 심해 살아남지 못할 것 같아 당분간 보류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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