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황선업
끊임없이 자신들을 소비하면서도, 거듭된 노력으로 '신화'라는 콘텐츠의 생명력을 연장시켜온 그들이다. 그렇게 아무도 걷지 않는 길을 걷는 동안 박힌 굳은살은, 무너진 모습을 허락치 않는 첫 번째 이유가 된다. 이 곡 역시 자신들의 노하우를 가득 담아낸 준수한 결과물이다. 서부 영화가 생각나는 휘파람 소리와 셔플 리듬의 비트가 세련미를 강조했던 'Venus'나 'This love'에 비해 좀 더 끈적하게 그룹이 가진 남성성을 담아낸다는 점이 포인트. 느긋한 템포와 퍼포먼스가 3집의 'Only one'을 연상케 하기도 한다. 까다로운 대중의 입맛을 어떻게든 알아내 맞춰내는 이들의 장인에 가까운 요리솜씨, 그리고 능숙함에서 비롯되는 여유와 허세. 완벽에 가까운 팀워크가 만들어 내는 결과물의 매력은 여전히 유효하다.
http://www.izm.co.kr/contentRead.asp?idx=26647&bigcateidx=8&subcateidx=10&view_tp=1
미묘
뉴잭스윙의 어두운 공간 속에서 비트와 스타일의 힘으로 음반 전체를 거의 다 채우고 있다. 확고한 그루브로 동력을 담보하면서 노래는 은근하고 쿨하게 가져가는 것이 어른스러운 인상을 선사한다. 사소한 것에 휘둘리지 않는다는 듯한 무뚝뚝함과 힘이 성숙한 남자의 매력이라 한다면, 신화는 (전작들도 그랬지만) 바로 그것을 잘 보여주는 팀이다. 그런 절제 속에서 재치('Give it 2 Me'), 서정적인 감동('Memory'), 화려한 피날레('Never Give Up') 등의 배리에이션을 이루는 방식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특히, 선 굵은 '남성성'과 대치되기 쉬운, 감정을 담아내는 곡들도 준수하게 밸런스를 잡고 있어 인상적. 그간 각자의 솔로 활동을 통해 시험한 결과를 취합한 듯한 순간들도 있어 더욱 보기 좋게 느껴진다. 다만 오히려 쿨한 방향의 곡들 속에서 가끔씩 감정이 넘치기도 하는데, 개인적 취향을 배제하고 듣는다면 그것이 이 음반을 더욱 '아이돌적'으로 들리게 하는 듯하다.
별민
그동안 가요계에 신화와 비슷한, 혹은 심지어 똑같은 스타일의 팀이 한 팀도 없었는가 하면 그건 절대로 아닐 것이다. 특히 신화 앨범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특유의 미디움 템포 R&B 곡들 같은 경우는 이제 대부분의 보이그룹 앨범에서도 발견할 수 있을 정도이고, 단순했던 댄스 안무 동작들을 전체 무대 연출의 단위로 디자인하기 시작한 것도 이제는 무척 일반화된 공식이다. 그럼에도 신화가 지금까지 '현역 아이돌'로서 활동할 수 있는 이유는, 항상 신화만이 해왔던 것과 하고 있는 것을 찾는 데에 게으르지 않았고, 그리하여 신화만이 할 수 있는 것을 결국 찾아내 왔기 때문이다. 자신들 유일의 가치를 찾는 것은 모든 아티스트에게 필수적인 작업이고, 아티스트 인생 평생에 걸쳐 해야 하는 작업이기도 하며, 절대로 단순히 시간이 오래 흘렀다 하여 자연스럽게 얻게 되는 것도 아니다. 장담컨대, 이 '국내 유일의 장수 아이돌'은 그들에게 주어진 국내 유일의 과제를 그 어떤 다른 아이돌보다 출중한 방식으로 풀어가고 있으며, 이것은 곧 동시대 아티스트들 사이에서 항상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앨범은 당신이 무엇을 상상하든 '신화' 그 자체다.
MRJ
프로덕션의 퀄리티와 디테일에 대한 집중이 인상적인 곡이다. 편곡과 믹스는 과밀하지 않지만 동시에 전혀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곡 전체에 걸쳐 장식적 요소는 거의 등장하지 않으며, 상이한 섹션을 이어 붙인 형태로 흐르지도 않는다. 전반적인 코드 보이싱과 조성성도 무척 매력적이며, 오랜 경력의 기량이 퍼포먼스에서 선보여지는 신화의 훌륭한 보컬도 근사하다. 나의 곡 분석과 리뷰는 다음의 비디오에서 전체를 볼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5UHGarrwK_w
글.강명석
(중략)
신화가 ‘Alright’의 무대에서 의자를 활용한 것은 그들의 의지에 대한 선언처럼 보인다. 의자는 신화의 최고 퍼포먼스로 꼽히는 ‘Wild Eyes’의 아이템이었다. 그때 그들은 시작부터 끝까지 쉬지 않고 움직였다. 팀의 프로듀서이자 안무를 맡은 이민우가 “제2의 ‘Wild Eyes’”라고 말한 ‘Alright’에서 그때와 같은 운동량을 소화하기는 어렵다. 이미 모두 30대 중반이 넘었다. 곡의 템포도 과거보다 느릿해졌다. 그러나 그들은 대신 의자에 걸친 재킷을 만지는 손가락, 의자에 앉아 다리를 쭉 뻗는 동작을 정확히 일치시키는 등 동작의 디테일을 계속 강조한다. 더 이상 뛰지는 않는다. 하지만 멤버들의 동작은 합이 정확하게 맞고, 군무 사이에는 멤버 개개인의 캐릭터가 각자 다르게 부각된다. 이것은 30대 중반에도 아이돌의 태도를 가진 팀만이 보여줄 수 있는 영역이다. ‘This Love’에서 아이돌의 퍼포먼스 위에 세월이 만든 관록을 더했던 그들은, ‘표적’과 ‘Alright’에서 다른 아이돌 그룹이 아예 흉내 낼 수 없는 단계로 나아간다. 지금까지 신화의 가장 큰 분기점이 데뷔와 소속사로부터의 독립이었다면, 그들은 3기에 접어들었다.
신화가 사랑받기 위해 노력한다고 해서, 그들의 인기가 갑자기 치솟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돈도, 인기도 얻을 만큼 얻었다. 목표는 사라졌고, 멤버에게 일어나는 사건 사고들은 그룹을 흔들기도 한다. 그들이 굳이 결혼 문제까지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아이돌을 해야 할 현실적인 이유는 없어 보인다. 그런데, 그들은 팀을 그저 유지하는 것을 넘어 과거보다 더 몸에 힘을 주고, 어느 것 하나 대충 넘어가지 않는 무대를 선보였다. 아직 살아 있다는 제스처를 넘어 지금도 현역으로 톱클래스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 그래서 17년째 지속된 팬덤에게 새로운 결과물로 환호를 받겠다는 의지. 신화는 오래됐기 때문에 사랑받는 대신, 사랑받기 위해 아이돌 그룹을 어떻게든 유지한다. 그들이 아이돌 산업 안에서 진정으로 존중받아야 하는 이유다.
(하략)
http://www.ize.co.kr/articleView.html?no=2015030820347254645
돈도, 인기도 얻을 만큼 얻었다. 목표는 사라졌고, 멤버에게 일어나는 사건 사고들은 그룹을 흔들기도 한다. 그들이 굳이 결혼 문제까지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아이돌을 해야 할 현실적인 이유는 없어 보인다. 그런데, 그들은 팀을 그저 유지하는 것을 넘어 과거보다 더 몸에 힘을 주고, 어느 것 하나 대충 넘어가지 않는 무대를 선보였다. 아직 살아 있다는 제스처를 넘어 지금도 현역으로 톱클래스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 그래서 17년째 지속된 팬덤에게 새로운 결과물로 환호를 받겠다는 의지.
그래요...그래서 팬입니다. ㅠ.ㅠ 역시 뭘 좀 아시는 강명석님.